30.

Posted 2011. 11. 27. 21:45 by RoseMariJuana
인도가 너무 그리워서 사진을 보려고 스캔해 둔 CD를 찾았는데 없었다. 어디에다 두었는지 기억이 도통 나질 않아 결국엔 내방을 구석구석 다 뒤졌다. 몇년째 버리는 물건보단 쌓아놓은 물건이 더 많은 내 방. 세상에 수필집 사이에서 수능때 공부하려고 만들어 놓은 프린트물까지 발견했다. 버리기가 아까워 끼워 놓았던게 분명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도 못할것들을. 내 책상 화병엔 2년전에 받은 꽃다발이 만지면 바스라질만큼 말라있다. 하루하루 바꾸어 발라도 남는 립스틱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고, 초등학교때 쓰던 물감도 그대로 있다. 미운사람의 얼굴이 찍힌 사진도 있고, 뜨다 만 목도리도 바늘이 끼워진채 그대로 있다. 아기자기한, 그런 것들은 딱 질색인데, 늘어놓은 것들을 보면 내게도 그런면이 없잖아 있는 것 같다. 찾던 물건은 필름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럼 그렇지, 아무데나 던져 두었을리가 없다. 벌써 4년 전의 일이 되어버린 날들을 보고 있자니, 참 그렇다. 그땐 보이지 않던 표정들이 보인다. 가장 솔직했던 순간, 다시는 오지 못할 순간. 그런 순간들을 다시 사진에 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