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4,5.

Posted 2011. 4. 3. 01:31 by RoseMariJuana
1. 며칠 전 주화를 들다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순간 허리에 엄청난 통증이 왔는데 이러다 어떻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잔뜩 겁을 먹었다. 집에 와서 보니 어디에 부딪혔는지 무릎에도 멍이 들어 있었다. 손톱은 멀쩡 할 날 없이 잘 깨지고 수분은 늘 부족하다. 이건 뭐 그날 내가 해치워야만 하는 종이뭉치와 쇠붙이에 불과할 뿐, 돈이 돈 같지 않다. 

2. 실물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보다는, 실물화 시킬 수 있는 수치가 얼마나 큰가. 전산화 된 수치가 클 수록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지폐와 동전은 점점 구시대의 교환수단이 되어가는 것 같다.

3. 어려서부터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까지 난 단 한번도 회사원이 된 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1인 1기업을 꿈꿨던 것 같다. 최종합격을 하고도 전혀 기뻐하지 않는 나를 보고 친구는 '네가 만족스러워 하지 못하고 시원찮게 생각하는 그 자리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간절하게 원하는 자리 일지도 몰라'라고 했었다. 그말을 피부로 느낀 건 동기들과 연수를 받을 때 였다. 그리고 오늘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새삼 느꼈다. 사실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그만둘까'란 생각을 한다. 적성에 맞지 않아서, 내 자신에 대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서, 개인적인 발전이 없는 것 같아서, 업무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나를 힘들게 해서. 이유는 정말이지 많다. 그러나 생각이 생각에서 멈추고 마는 것은, '책임감' 때문이다. 확실히 사회인이 된 이후부터 그 무게는 말도 못하게 커졌다.

4.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미친짓이 아니고 경찰서에 연락하려고 하는 것이 미친짓인가. 그것을 미쳤다고 하는 네가  내 눈에는 더 미친 것 같아.

5. 차라리 아니 만나느니만 못하다. 그래, 네 말이 다 옳다. 네가 내게 묻는다. 끝이 언제였던가. 그렇다면 우리의 시작은 또 언제였던가. 내가 네게 묻는다. 깨끗하지 못하여, 낡고 오래된 것 들이 차고 넘친다. 억지로 눌러 담았던 그리움들이 차고 넘친다. 그래, 차라리 아니 만나느니만 못하다. 사람이 그리운 것이 아니고, 기댈 수 있는 추억을 찾는 것이다. 네 말이 다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