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Posted 2013. 6. 8. 23:40 by RoseMariJuana

막상 겪으니 별게 아니더라. 그래도 충격은 꽤 컸던 모양이다. 내 인생에서 그런 상황이 또 올꺼라고는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대답을 듣고나니 정해진 결론은 하나였다. 그것이 맞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도 알겠다. 정황상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없다.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난 꽤 불편하다. 뭐라고 딱히 설명하기도 힘든 감정들이 범람하는데 가끔 그걸 억누를 수가 없다. 마치 과거의 감정들이 되살아 나서 끊임없이 괴롭히는 것만 같다. 본인은 나에게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과연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난 의문스럽다. 아프다. 목요일부터 제대로 먹은 것이 없다. 목 안쪽이 다 부어서 음식물을 넘기는 것이 부담스럽다. 온 몸 구석구석 아리지 않는 곳이 없고, 현기증이 심해서 걷기가 힘이 들 정도다. 방치한 것은 아니나 방치된 기분. 그걸 이겨보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만나 차도 마셔보고, 시덥잖은 물음에 응해주기도 하고, 비싼돈을 들여 머리도 새로 하고, 며칠전 생일파티도 거하게 했지만 전혀 나아지질 않는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괘씸했다.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으나, 결국 그 모든 책임을 지는 건 내가 아닌가. 그게 아니라고 할지라도 중요한 것은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편지를 써 놓고도 이제 부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죄 지은 것은 아닌데, 차마 보낼 수가 없더라. 순식간에 모든 것들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보다 더 답답한 것은 그 엉망진창 되어버린 것들이 손에 잡히질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어떻게 버텨왔던 세월인데. 그게 무너질까 겁이 난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도 없고,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텐데 자신이 없다. 이번엔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후회' 하지 않으려고 이렇게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넌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