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44, 45.

Posted 2012. 10. 1. 23:47 by RoseMariJuana

43. 관계에 이름표를 붙일 필요는 없지만, 일관성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분명 말도 안되는 감정인데 내가 그걸 이해할 수 있다는게 참, 그렇다.

 

44. 숨겨 두었던 나의 공간에 갔었다. 한때는 누구나 찾아 올 수 있었던 곳, 그러나 이제는 나 이외엔 어느 누구도 찾아 갈 수 없는 곳. 그곳엔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해 놓아버렸던 나의 지나간 시간들이 있었다. 너무 직설적이고 너무 잔인했다. 나를 집어 삼킬 듯 했던 그 상황과 야속했던 상대의 답이 이제 와서야 '아,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싶은건 내가 어쩌면 지금, 그 때의 나와는 반대되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결국 선택하지 못했다. 새로움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중요한 순간엔 용기 내지 못했다. 사실 너무 두려웠다. 모른체 그 다음을 기대하면 나도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 자신만을 위하자고 상대를 감정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었다. 그건 최악이다. 그리고 나 역시 조금은 최악이었다. 내가 누구를 마음에 두고 있는지, 누가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게 되어 버렸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처럼 자리잡은 그 특유의 감정이 어느 순간 툭 튀어 나왔을때 내가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 아무나에게 내가 지금 이러하니 이겨낼 수 있도록 당신이 도와달라 말 할 수 없다. 만약 할 수 있게 된다면 내가 정말 사랑하고 나를 정말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하고 싶다. 어쩌면 도와달라 말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 보다 먼저여야 모든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마침표를 찍었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손 끝의 감각까지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다. 며칠째 잠을 이룰 수 없다.

 

45. 우스겟소리로 말했다. 그게 말이 되냐며, 에쿠니가오리의 소설이 이것보다야 낫지 않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