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86.

Posted 2009.04.25 22:44 by RoseMariJuana

 


  평소엔 무뚝뚝하고 조용하지만 나한테만은 다정다감한 사람. 나는 나중에 숙녀가 되면 꼭 아빠같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유난히 내가 연주한 피아노 소품곡들을 좋아하셨다. 종종 내방에 들를때면 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를 청해 듣고 가셨다. 새 교과서를 받아오는 날이면 헌 종이 달력을 찢어다가 책을 감싸고 그 흰 종이 위에 여러 그림들을 그려주곤 하셨다. 나는 펜 끝에서 피어나는 매화나 국화들을 볼때마다 눈을 반짝반짝 거렸다. 가끔씩은 늦은밤 귀가하는 딸을 마중나오기도 하셨는데, 그럴때마다 나는 한쪽 어깨에 내 가방을 대신 맨 그런 아빠의 팔짱을 끼는 것을 좋아했다.
  시 짓는 것을 좋아하시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사랑하셨다. 나는 아빠의 화선지와 스케치북을 보고 그림을 배웠고, 아빠의 책들을 읽으며 문학을 꿈꿨다. 키도 크고, 운전도 잘하고, 뭐든 잘 만들어 내는 어여쁜 손을 가진 사람. 항상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 아빠는 어릴적 나의 멋진 영웅이자 완벽한 이상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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