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Posted 2012. 5. 5. 18:42 by RoseMariJuana

네가 준 미움 같은 건 이제 내가 다 삼키었소. 흐릿한 기억 중에 오롯이 남은 것은 설레이던 그 밤. 그런 너를 어찌 잊을까. 지나가는 너를 붙잡고 네 눈을 마주하여도, 여전히 난 아무말 하지 못할테지. 다른이가 나의 발목을 붙잡고 나를 올려다 보며 웃을때에도 나는 네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그와 같은 관계의 반복일까봐 겁이나서 내밀던 손을 잡지 못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네 변명아닌 변명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그럼에도 또 가끔 안부를 묻던 네 용기마저 난 왜 뻔뻔하다고만 생각했었을까. 용서를 구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서 너를 벼랑끝으로 밀어 부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흔들면 흔들릴테다. 그러나 내가 먼저 '나를 좀 흔들어다오' 하고 나서진 않을 것이다. 나는 그냥 나로서 있을테니. 음악도 듣고, 글도 다시 쓰고, 사진기도 다시 들었다. 나는 지금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